일상이야기 marches 2017. 12. 17. 21:45
6.25전쟁 때 생긴 말 가운데 "골로 간다"는 말이 있다. 산골짜기로 간다는 뜻인데 죽는다는 말이다. 좌우익을 막론하고 학살을 할 때에는 사람을 주로 산골짜기로 데리고 가서 총살 또는 생매장을 했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골로 간다"는 말이 시사하듯이, 한국전쟁은 '2원 전쟁'이었다. 군인들끼리 싸운 전쟁이 그 하나라면 또 하나의 전쟁은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학살은 군과 경찰에 의해 저질러졌을 뿐만 아니라 민간인들 사이에서도 저질러졌기 때문에 더욱 비극적이었다. (강준만, 한국현대사산책 1950년대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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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marches 2017. 12. 16. 18:27
우리 형법에는 '공갈죄'에 관한 규정이 있습니다(형법 제350조). 여기서의 '공갈'이란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얻기 위하여 타인을 '협박'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또한 이것은 '공갈'이란 단어가 갖는 본래의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법을 공부하기 전에는 '공갈'을 '거짓말'과 같은 뜻으로 알았습니다. 아마 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공갈'이라고 하였을 때 '협박'보다는 '거짓말'을 떠올리는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법을 공부하면서 형법상의 공갈죄를 알게 되었고, '공갈'의 의미에 대하여 다소간 궁금해 한 적이 있습니다. 왜 '공갈'은 '협박'도 되고 '거짓말'도 될까. 그 궁금증이 그렇게 큰 것은 아니어서, 그냥 묵혀두다가 어느 새 완전히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책을 읽다가 우연히..
법률이야기 marches 2017. 12. 15. 13:54
[사례] 2012년경 B는 A로부터 서울 강남구 쪽의 점포 하나를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차임 200만 원으로 임차하여 곱창전문점을 운영하였습니다.장사는 성업하였고, B는 5년 동안 별탈 없이 가게를 잘 운영해 왔습니다.그런데 B는 사정이 생겨 부산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B의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는 B의 지인 C는 B에게 권리금으로 1억 원을 주겠다고 하며, 곱창전문점 영업을 자신에게 양도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B는 그 정도 권리금이라면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했고, A에게 C와의 신규임대차계약을 주선하였습니다.그런데 A는, 우연한 기회에 B가 C로부터 권리금 1억 원을 받기로 한 사실을 알게 된 후, C에게 권리금을 B가 아닌 자신에게 줄 것을 요구하였습니다.C가 이에 응하지 않자..
법률이야기 marches 2017. 12. 14. 15:36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어떨 때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해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어서, 이에 관하여 간략히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1. 구체적 사실의 적시 명예훼손죄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경우여야 성립합니다. 구체적 사실이 아닌 단순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만 있었다면, '모욕죄'가 성립할 수는 있어도,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판례 중에는 "애꾸눈, 병신"이라는 발언을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서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2. 명예의 훼손 명예훼손죄에서의 '명예'는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을 한 경우 명예훼..
법률이야기 marches 2017. 12. 3. 21:39
1945년 8월 15일. 해방 이후 친일파는 청산되지 않았습니다. 광주(5ㆍ18) 이야기를 하는데 해방과 친일파 이야기가 왜 나오느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5ㆍ18은 단순히 전두환 정권과 그 무렵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5ㆍ18은 한국 근현대사가 나은 비극입니다. 해방이 된 직후에 이승만이 남한에서 권력을 잡고 친일파가 여전히 득세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러한 정국은 대체로 미군에 의하여 조성되었습니다. 미군은 우리 민족의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지 않았습니다. 남의 일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요. 남 일에 대해서는 자신의 이익과 결부되어 있는 것에 한하여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당시 미국은 한반도에서 소련에게 밀리지 않고, 남한의 체제를 신속히 안정시키고 싶어 했습니다. 우..
일상이야기 marches 2017. 11. 27. 23:20
언젠가 너는 지겨움이 두렵다고 말했어. 그 때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어. 지겨움과 두려움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그 후로 한참이 지났어. 이제 나는 지겨움이 두려워. 알아선 안 되는 것을 알게 된 것일까. 너는 알아선 안 되는 것을 너무 빨리 안 것인지도 몰라. 나는 너가 너무 빨리 모든 것을 알아버린 것이 슬펐어. 너의 뒷모습을 보게 될까봐 두려웠어. 떠나기 전에 너는 내게 말했어. 떠나는 것을 늦추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나는 너를 붙잡았지만, 그건 아무런 의미도 가질 수 없었어. 너가 떠나고 나는 우산 하나를 잃어버렸어. 그깟 우산 하나가 뭐라고. 나는 그토록 마음이 아팠을까. 어느 날 나는 비에 흠뻑 젖었어. 그리고 너를 원망했어. 모든 게 다 너 때문이라고. 얼마 후 ..
일상이야기 marches 2017. 11. 24. 13:19
어제 수능이 있었다. 지진 때문에 갑자기 연기되었던 수능이었다. 해마다 수능 무렵이면 유난히 날씨가 춥다. 지금은 수능이 끝난 다음 날인데, 무언가 큰 행사가 끝난 다음의 여운 같은 것이 공기 중에 감도는 것 같다. 여유와 허탈이 뒤섞인 그 어떤 것. 매듭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느낌이기도 하겠지. 나는 14년 전 이맘 때쯤 수능을 봤었는데. 춥고 긴장되고 불안하고 초조했었는데. 그러면서 애써 침착하려고 노력했었는데. 수능 다음 날 너무 떨리고 무서워서 가채점도 하지 못하고 벌벌 떨었었는데. 보다 못한 재용이가 대신 채점을 해줬었는데. 내가 수능을 경험한 이후에는, 수능 무렵이면 나는, 내가 이제 수능이라는 상황에서 벗어나 있음에 안도감을 느꼈다. 이제 나는 그토록 긴장되고 초조하고 고도의 집중력..
법률이야기 marches 2017. 11. 21. 00:23
사례 P군은 강남역 인근에서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시면서 놀다가 술에 취해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집이 강남역에서 그리 멀지 않았던 P군은 친구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혼자 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을 돌려보내고 나니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습니다. P군은 쓸쓸한 마음으로 길을 걷다가 술집들이 늘어선 거리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여리꾼(속칭 '삐끼')이 P군에게 달라붙었습니다. 여리꾼은 P군에게 15만 원이면 아가씨와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다고 하며 잠깐 놀다가 가라고 하였습니다. P군은 무시하고 지나가려 하였으나 여리꾼은 집요하게 P군을 붙들고 늘어졌습니다. (후에 P군은 그 날 자신이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어찌어찌하여 P군은 여리꾼에게 15만 원 이상은 쓸 수..
일상이야기 marches 2017. 11. 19. 21:00
2008년 9월의 어느 밤이었다. 잠을 자던 나는 갑자기 잠에서 깼다. 밖의 빗소리가 너무 커서 그 소리에 놀란 것이다. 천둥은 치지 않았다. 떨어지는 빗물들만으로 그렇게 큰 소리가 만들어 진 것이니 그 순간 정말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비가 한꺼번에 낙하한 것이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나는 그 시간 따뜻한 이불 속에 누워서 평온함을 느꼈다. 창문을 사이에 두고 밖의 세상은 저렇게 처참한데, 나는 그 와중에 방안에 이렇게 편안히 누워서 잠을 잘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했고 한편으로 신기했다. 그 순간의 느낌이 너무 인상 깊어 나는 그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그 느낌을 짧은 글로 적어 보았다. 어느 깊은 밤 창문 밖 세상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빗소리에 놀라 잠이 깬 어느 깊은 밤, 나는 어느샌..
일상이야기 marches 2017. 11. 19. 19:56
언젠가 명상에 관한 이야기를 한번 하고 싶었다. 그러나 늘 자신이 없었다. 내가 감히 명상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명상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된 다음에 이야기를 해야지. 정신이 아주 맑고 또렷해지는 때를 기다렸다가 그때 이야기를 해야지. 그런데 그런 날은 안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은 지금, 그냥 의식의 흐름에 따라 무언가를 이야기해 보려 한다. 사실 이것은 명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나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치킨에 관한 이야기이든, 정치에 관한 이야기이든, 리처드 파인만에 관한 이야기이든, 라마교에 관한 이야기이든, 결국 그것은 나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결국 어떤 대상에 투영되는 나를 발견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