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marches 2017. 12. 17. 21:45
6.25전쟁 때 생긴 말 가운데 "골로 간다"는 말이 있다. 산골짜기로 간다는 뜻인데 죽는다는 말이다. 좌우익을 막론하고 학살을 할 때에는 사람을 주로 산골짜기로 데리고 가서 총살 또는 생매장을 했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골로 간다"는 말이 시사하듯이, 한국전쟁은 '2원 전쟁'이었다. 군인들끼리 싸운 전쟁이 그 하나라면 또 하나의 전쟁은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학살은 군과 경찰에 의해 저질러졌을 뿐만 아니라 민간인들 사이에서도 저질러졌기 때문에 더욱 비극적이었다. (강준만, 한국현대사산책 1950년대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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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marches 2017. 12. 16. 18:27
우리 형법에는 '공갈죄'에 관한 규정이 있습니다(형법 제350조). 여기서의 '공갈'이란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얻기 위하여 타인을 '협박'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또한 이것은 '공갈'이란 단어가 갖는 본래의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법을 공부하기 전에는 '공갈'을 '거짓말'과 같은 뜻으로 알았습니다. 아마 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공갈'이라고 하였을 때 '협박'보다는 '거짓말'을 떠올리는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법을 공부하면서 형법상의 공갈죄를 알게 되었고, '공갈'의 의미에 대하여 다소간 궁금해 한 적이 있습니다. 왜 '공갈'은 '협박'도 되고 '거짓말'도 될까. 그 궁금증이 그렇게 큰 것은 아니어서, 그냥 묵혀두다가 어느 새 완전히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책을 읽다가 우연히..
일상이야기 marches 2017. 11. 27. 23:20
언젠가 너는 지겨움이 두렵다고 말했어. 그 때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어. 지겨움과 두려움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그 후로 한참이 지났어. 이제 나는 지겨움이 두려워. 알아선 안 되는 것을 알게 된 것일까. 너는 알아선 안 되는 것을 너무 빨리 안 것인지도 몰라. 나는 너가 너무 빨리 모든 것을 알아버린 것이 슬펐어. 너의 뒷모습을 보게 될까봐 두려웠어. 떠나기 전에 너는 내게 말했어. 떠나는 것을 늦추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나는 너를 붙잡았지만, 그건 아무런 의미도 가질 수 없었어. 너가 떠나고 나는 우산 하나를 잃어버렸어. 그깟 우산 하나가 뭐라고. 나는 그토록 마음이 아팠을까. 어느 날 나는 비에 흠뻑 젖었어. 그리고 너를 원망했어. 모든 게 다 너 때문이라고. 얼마 후 ..
일상이야기 marches 2017. 11. 24. 13:19
어제 수능이 있었다. 지진 때문에 갑자기 연기되었던 수능이었다. 해마다 수능 무렵이면 유난히 날씨가 춥다. 지금은 수능이 끝난 다음 날인데, 무언가 큰 행사가 끝난 다음의 여운 같은 것이 공기 중에 감도는 것 같다. 여유와 허탈이 뒤섞인 그 어떤 것. 매듭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느낌이기도 하겠지. 나는 14년 전 이맘 때쯤 수능을 봤었는데. 춥고 긴장되고 불안하고 초조했었는데. 그러면서 애써 침착하려고 노력했었는데. 수능 다음 날 너무 떨리고 무서워서 가채점도 하지 못하고 벌벌 떨었었는데. 보다 못한 재용이가 대신 채점을 해줬었는데. 내가 수능을 경험한 이후에는, 수능 무렵이면 나는, 내가 이제 수능이라는 상황에서 벗어나 있음에 안도감을 느꼈다. 이제 나는 그토록 긴장되고 초조하고 고도의 집중력..
일상이야기 marches 2017. 11. 19. 21:00
2008년 9월의 어느 밤이었다. 잠을 자던 나는 갑자기 잠에서 깼다. 밖의 빗소리가 너무 커서 그 소리에 놀란 것이다. 천둥은 치지 않았다. 떨어지는 빗물들만으로 그렇게 큰 소리가 만들어 진 것이니 그 순간 정말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비가 한꺼번에 낙하한 것이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나는 그 시간 따뜻한 이불 속에 누워서 평온함을 느꼈다. 창문을 사이에 두고 밖의 세상은 저렇게 처참한데, 나는 그 와중에 방안에 이렇게 편안히 누워서 잠을 잘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했고 한편으로 신기했다. 그 순간의 느낌이 너무 인상 깊어 나는 그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그 느낌을 짧은 글로 적어 보았다. 어느 깊은 밤 창문 밖 세상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빗소리에 놀라 잠이 깬 어느 깊은 밤, 나는 어느샌..
일상이야기 marches 2017. 11. 19. 19:56
언젠가 명상에 관한 이야기를 한번 하고 싶었다. 그러나 늘 자신이 없었다. 내가 감히 명상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명상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된 다음에 이야기를 해야지. 정신이 아주 맑고 또렷해지는 때를 기다렸다가 그때 이야기를 해야지. 그런데 그런 날은 안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은 지금, 그냥 의식의 흐름에 따라 무언가를 이야기해 보려 한다. 사실 이것은 명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나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치킨에 관한 이야기이든, 정치에 관한 이야기이든, 리처드 파인만에 관한 이야기이든, 라마교에 관한 이야기이든, 결국 그것은 나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결국 어떤 대상에 투영되는 나를 발견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20..
일상이야기 marches 2017. 11. 17. 12:59
블로그를 이전하려고 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제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어느 정도 블로그를 통한 마케팅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케팅 효과를 보려면 다른 사이트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 좋다는 주변의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옮겨봤는데, 그랬더니 왠지 글을 쓰기가 어려워졌다고나 할까요. 10년 동안 티스토리 블로그를 해왔습니다. 지금 이 블로그는 아니구요, 지극히 개인적인 블로그였습니다. 올린 글도 그리 많지 않고 방문자수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오랫동안 함께 했더니 어느샌가 티스토리가 저에게 많이 친숙해졌나 봅니다. 공책에 손으로 써야 글이 잘 써지는 사람도 있고, 오피스 프로그램을 이용해 타이핑해야 글이 잘 써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아마 티스토리에 글을 써야 글이 ..
일상이야기 marches 2017. 11. 11. 00:56
우산을 잃어버렸다. 십년 전 이맘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나는 오늘 우산을 잃어버려야 할 운명이었나보다. 하. 지금도 비슷하다. 나는 앞으로는 결코 우산을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다짐은 할 수가 없다. 그냥, 또 우산을 잃어버렸구나, 어쩔 수 없지, 다음에는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하는 정도의 막연한 생각을 할 뿐이다. 물론 십년 전 우산을 잃어버렸을 때와 비슷한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다른 것은 잘 잃어버리지 않는다. 유독 우산만이 그렇다. 왜 우산일까. 이를테면 이렇다. 비가 온다. 나는 우산을 쓰고 어딘가로 간다. 그곳에 잠시 머무는 도중에 비가 그친다. 나는 우산을 그곳에 두고 돌아온다. 그리고 문득 우산이 없음을 깨닫는다. 다시 그곳에 가기에는 그곳이 너무 멀다. 또는, 그곳에 갔더니 이..
일상이야기 marches 2017. 10. 27. 21:15
1. 몇 달 전에 이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리뷰가 됐든 메모가 됐든, 무언가 이 책에 관한 것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이렇게 이 책에 관한 언급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몇 달 정도 지나 이 책의 내용을 어느 정도 잊어버리게 되었을 때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게 뭔 개풀 뜯어먹는 소리일까. 예를 들면, 나는 군대에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시간이 오래 지나서 등장인물이라든가 줄거리는 거의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책을 읽을 당시의 나의 기분이나 심리상태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후각적인 어떤 것. 예전에 들었던 노래를 다시 들으면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