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잃어버렸다.

rain

 

우산을 잃어버렸다.

십년 전 이맘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나는 오늘 우산을 잃어버려야 할 운명이었나보다.

하.

 

 

 

지금도 비슷하다.

나는 앞으로는 결코 우산을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다짐은 할 수가 없다.

그냥, 또 우산을 잃어버렸구나, 어쩔 수 없지, 다음에는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하는 정도의 막연한 생각을 할 뿐이다.

물론 십년 전 우산을 잃어버렸을 때와 비슷한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다른 것은 잘 잃어버리지 않는다.

유독 우산만이 그렇다.

왜 우산일까.

 

이를테면 이렇다.

비가 온다.

나는 우산을 쓰고 어딘가로 간다.

그곳에 잠시 머무는 도중에 비가 그친다.

나는 우산을 그곳에 두고 돌아온다.

그리고 문득 우산이 없음을 깨닫는다.

다시 그곳에 가기에는 그곳이 너무 멀다.

또는, 그곳에 갔더니 이미 우산은 없어진 뒤다.

 

내가 우산에게 너무 소홀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비가 올 때만 우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우산은 비가 오지 않을 때도 필요하다.

비가 올 때를 대비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산 없이 지내다가는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에 흠뻑 젖는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벌써 젖어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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