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marches 2017. 11. 24. 13:19
어제 수능이 있었다. 지진 때문에 갑자기 연기되었던 수능이었다. 해마다 수능 무렵이면 유난히 날씨가 춥다. 지금은 수능이 끝난 다음 날인데, 무언가 큰 행사가 끝난 다음의 여운 같은 것이 공기 중에 감도는 것 같다. 여유와 허탈이 뒤섞인 그 어떤 것. 매듭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느낌이기도 하겠지. 나는 14년 전 이맘 때쯤 수능을 봤었는데. 춥고 긴장되고 불안하고 초조했었는데. 그러면서 애써 침착하려고 노력했었는데. 수능 다음 날 너무 떨리고 무서워서 가채점도 하지 못하고 벌벌 떨었었는데. 보다 못한 재용이가 대신 채점을 해줬었는데. 내가 수능을 경험한 이후에는, 수능 무렵이면 나는, 내가 이제 수능이라는 상황에서 벗어나 있음에 안도감을 느꼈다. 이제 나는 그토록 긴장되고 초조하고 고도의 집중력..
더 읽기
법률이야기 marches 2017. 11. 21. 00:23
사례 P군은 강남역 인근에서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시면서 놀다가 술에 취해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집이 강남역에서 그리 멀지 않았던 P군은 친구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혼자 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을 돌려보내고 나니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습니다. P군은 쓸쓸한 마음으로 길을 걷다가 술집들이 늘어선 거리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여리꾼(속칭 '삐끼')이 P군에게 달라붙었습니다. 여리꾼은 P군에게 15만 원이면 아가씨와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다고 하며 잠깐 놀다가 가라고 하였습니다. P군은 무시하고 지나가려 하였으나 여리꾼은 집요하게 P군을 붙들고 늘어졌습니다. (후에 P군은 그 날 자신이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어찌어찌하여 P군은 여리꾼에게 15만 원 이상은 쓸 수..
일상이야기 marches 2017. 11. 19. 21:00
2008년 9월의 어느 밤이었다. 잠을 자던 나는 갑자기 잠에서 깼다. 밖의 빗소리가 너무 커서 그 소리에 놀란 것이다. 천둥은 치지 않았다. 떨어지는 빗물들만으로 그렇게 큰 소리가 만들어 진 것이니 그 순간 정말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비가 한꺼번에 낙하한 것이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나는 그 시간 따뜻한 이불 속에 누워서 평온함을 느꼈다. 창문을 사이에 두고 밖의 세상은 저렇게 처참한데, 나는 그 와중에 방안에 이렇게 편안히 누워서 잠을 잘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했고 한편으로 신기했다. 그 순간의 느낌이 너무 인상 깊어 나는 그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그 느낌을 짧은 글로 적어 보았다. 어느 깊은 밤 창문 밖 세상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빗소리에 놀라 잠이 깬 어느 깊은 밤, 나는 어느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