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 표현의 자유 및 임시차단 조치 문제

 

1. 얼마 전 한 지인(P군)이 연인과 함께 강원도 쪽에 있는 한 펜션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불만이 한가득이었습니다.

펜션이 너무 별로였다는 것입니다.

그 펜션의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것과는 달리 펜션은 너무 지저분하였고 서비스도 엉망이었다고 합니다.

이에 나름 파워블로거였던 P군은 자신의 블로그에 그 펜션을 비판하는 내용의 포스팅을 했습니다.

자신처럼 홈페이지의 사진에 속는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일종의 사명감에서였습니다.

 

그런데 P군은 다음 날 자신의 블로그에서 해당 글이 게시중단되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 의하여 임시 차단 조치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사유는 펜션 측에서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며 해당 게시물을 신고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P군은 이에 굴하지 않았습니다.

명예훼손이 아니라 공익을 위하여 해당 글을 작성하였음을 소명하며 이의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게시물은 복구되지 않았습니다.

향후 30일 간은 게시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2. 오늘날 블로그나 카페 등 인터넷 공간에서는 오프라인 공간에서보다 더 많은 표현들이 이루어지고 유통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매우 중요한 내용도 있고, 시의성이 있어서 특정 시기에 큰 의미를 갖는 표현물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위 사례에서 본 것처럼, 누군가가 어떤 게시물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신고를 하면, 일단 그 게시물은 거의 무조건적으로 30일 간 게시가 중단됩니다.

시의성이 큰 글이라면 사실상 글이 삭제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3.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는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정보의 삭제요청 등)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는 해당 정보를 처리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그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이하 "삭제등"이라 한다)를 요청할 수 있다.

②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해당 정보의 삭제등을 요청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ㆍ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즉시 신청인 정보게재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필요한 조치를 한 사실을 해당 게시판에 공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③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운영ㆍ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제42조에 따른 표시방법을 지키지 아니하는 청소년유해매체물이 게재되어 있거나 제42조의2에 따른 청소년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 없이 청소년유해매체물을 광고하는 내용이 전시되어 있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내용을 삭제하여야 한다.

④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정보의 삭제요청에도 불구하고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이하 "임시조치"라 한다)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임시조치의 기간은 30일 이내로 한다.

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필요한 조치에 관한 내용ㆍ절차 등을 미리 약관에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⑥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운영ㆍ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유통되는 정보에 대하여 제2항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하면 이로 인한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6항을 보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임시조치를 했을 경우 그에 관한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현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은 책임의 감경 또는 면제를 위해, 신고가 된 게시물에 대하여 거의 일률적으로 30일 간 게시를 중단시키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4. 현행 체계에서는, 신고자가 사실상 별다른 소명도 없이 어떤 게시물을 신고하면 그 게시물에 대한 임시조치가 이루어집니다.

반면, 글쓴이는 임시조치를 해제하기 위해서 해당 게시물이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에 해당하지 않음을 소명해야 합니다.

즉, 표현을 막으려는 사람과 표현을 한 사람 중, 표현을 한 사람에게 소명책임을 지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고자, 즉 표현을 막으려는 사람에게 해당 게시물이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등에 해당함을 소명할 책임을 부과해야 할 것입니다.

즉, 임시조치가 이루어지기 전에 심의절차가 있고, 심의 과정에서 신고자가 해당 게시물로 인하여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었음을 소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까지 할 수 없다면, 적어도 30일의 심의기간은 단축되어야 할 것입니다.

30일 간이나 게시물이 차단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조치입니다.

소명책임을 전환할 수 없다면, 최소한 심의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5. 표현의 자유는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사생활 또는 명예와 상충할 우려가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언제나 사생활 또는 명예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가급적 양자가 조화롭게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인터넷상의 표현물에 대하여도 기본적으로 이러한 관점에서의 접근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규제의 편의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희생시키는 경향이 남아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