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값 바가지 문제

 

사례

 

P군은 강남역 인근에서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시면서 놀다가 술에 취해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집이 강남역에서 그리 멀지 않았던 P군은 친구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혼자 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을 돌려보내고 나니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습니다.

P군은 쓸쓸한 마음으로 길을 걷다가 술집들이 늘어선 거리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여리꾼(속칭 '삐끼')이 P군에게 달라붙었습니다.

여리꾼은 P군에게 15만 원이면 아가씨와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다고 하며 잠깐 놀다가 가라고 하였습니다.

P군은 무시하고 지나가려 하였으나 여리꾼은 집요하게 P군을 붙들고 늘어졌습니다.

(후에 P군은 그 날 자신이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어찌어찌하여 P군은 여리꾼에게 15만 원 이상은 쓸 수 없다고 못박으며 여리꾼이 이끄는 술집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 법이지요.

P군은 술값을 바가지 쓰게 되었습니다.

아가씨와 술을 마시다가 잠깐 정신이 혼미해졌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테이블 위에 양주병 5개가 놓여 있었습니다.

P군은 술값으로 150만 원을 청구받았습니다.

항의하고 싶었으나 카운터 옆에서 우락부락하게 생긴 남자들이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어서, 일단 생명과 신체부터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울며겨자 먹는 심정으로 신용카드로 술값을 계산하고 나왔습니다.

정말 억울한 일이지요.

 

해설

 

현실적으로 P군이 술값을 돌려받기는 대단히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지만 위의 P군의 경우와 유사한 사례는 의외로 현실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법률적으로 어떠한 쟁점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미약하게나마 술값 바가지 문제를 해결해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호객행위에 관하여

 

여리꾼의 호객행위부터가 문제됩니다.

여리꾼은 P군에게 술을 마실 것을 거의 강권하였는데, 이는 경범죄처벌법에 의하여 처벌될 수 있습니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경범죄의 종류)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

 8. (물품강매ㆍ호객행위) 요청하지 아니한 물품을 억지로 사라고 한 사람, 요청하지 아니한 일을 해주거나 재주 등을 부리고 그 대가로 돈을 달라고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모이거나 다니는 곳에서 영업을 목적으로 떠들썩하게 손님을 부른 사람


2. 형사적 쟁점

 

아마 P군은 양주 5병을 주문하지도 않았고 마시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더 따져봐야 할 것도 있지만, 이러한 경우 술집 측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 사기죄 또는 준사기죄

 

술집 측은 P군이 양주 5병을 주문하지도 않았고 마시지도 않았음에도 그렇게 한 것처럼 P군을 속였습니다.

즉, 술집 측은 P군이 양주 5병을 주문하지 않았는데도 P군이 정신이 혼미했을 때 이를 주문하였다고 하며 P군을 속였고(기망행위), 이에 속은 P군은 신용카드로 술값을 계산하였는데(처분행위), 이는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347조(사기)

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만일, 술집 측이 P군이 만취하여 정신이 혼미한 상태일 때 P군으로부터 신용카드를 교부받아 술값을 결제한 경우라면 형법 제348조의 준사기죄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348조는 사람의 심신장애를 이용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348조(준사기)

① 미성년자의 지려천박 또는 사람의 심신장애를 이용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나. 공갈죄 또는 특수공갈죄

 

P군처럼 순순히 계산을 하지 않고, 당한 것 같다는 생각에 결제를 하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술집 측에서 술값 결제를 하지 않으면 해를 끼칠 것처럼 그 사람을 겁주어 돈을 받아낸다면 형법 제350조의 공갈죄 또는 형법 제350조의2의 특수공갈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50조(공갈)

① 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제350조의2(특수공갈)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제350조의 죄를 범한 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다. 강도죄 또는 특수강도죄

 

술집 측이 단순히 겁을 주어 돈을 받아내는 것에서 더 나아가 폭행이나 협박으로 술값을 강취하였다면 형법 제333조의 강도죄 또는 형법 제 334조의 특수강도죄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333조(강도)

폭행 또는 협박으로 타인의 재물을 강취하거나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334조(특수강도)

① 야간에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여 제333조의 죄를 범한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 흉기를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전조의 죄를 범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3. 민사적 쟁점

 

 가. 부당이득반환청구권

 

술집 측은 P군이 양주 5병을 주문하여 마시지 않았음에도 P군으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술값을 받았습니다.

이는 법률상 원인 없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P군은 술집 측에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이야기이고, 현실에서는 이를 행사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지요 ㅠㅠ).

 

민법

제741조(부당이득의 내용)

법률상 원인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

 

 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 

 

술집 측은 위법한 행위로 P군에게 술값을 받았습니다.

P군은 술집 측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역시 현실적으로는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ㅠㅠ).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4. 결론

 

위와 같은 술값 바가지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고, 이론상으로는 피해자는 술값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지요.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현실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유념하고 조심하는게 상책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고 끝내기에는 어쩐지 아쉽지요.

 

정책적인 개선방안이 모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행위를 예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여기서 말하는 방법은 계몽적인 것은 제외한 제도적인 것입니다).

첫째는 단속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많은 인력을 투입해서 감시를 늘리는 방법이지요.

둘째는 형벌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사람들은 처벌이 두려워서라도 그 범죄행위를 하지 않으려 하겠지요.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길거리에 껌을 뱉는 사람이 많은데, 이를 막거나 줄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먼저 단속을 강화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껌을 뱉는 것을 단속하는 것은 쉽지 않을 뿐더러, 단속인력 투입 대비 효율 또한 매우 떨어질 것입니다.

처벌을 강화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길거리에 껌을 뱉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현실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극단적인 예이기는 합니다).

그렇게 하면 거의 아무도 길거리에 껌을 뱉지 않겠지요.

처벌이 두려우니까요.

아마 껌을 씹는 사람 자체가 줄어들 지도 모릅니다.

만일 정부가 길거리에 껌을 뱉는 행위를 없애겠다는 결단을 내린 경우, 그 결단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은 그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전자보다는 형벌을 강화하는 후자가 더 효율적일 것입니다.

 

술값 바가지 문제의 경우는 어떨까요.

현실적으로 술값 바가지를 쓰고도 이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신이 술값 바가지를 썼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기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단속 또한 쉽지 않겠지요.

이러한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방법이 더 효율적일 것입니다.

술값 바가지 행위를 더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어렵게 한번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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