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효과(Chilling Effect)

 

 

1. 최근 언론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언행에 관한 내용이 자주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가 한 발언들이 한 국가기관의 장으로서 하기에는 품격이 떨어지는 것들이었다는 취지입니다.

또 '말 실수' 김상조…공정위 직원들 "좀 참으시지'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8&aid=0003959042
김상조 "재벌들 혼내주고 오느라…" 공정위 수장 언행 도마에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448&aid=0000226700
김상조 “재벌 혼내주고 왔다”…또 구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449&aid=0000140896

기사 내용을 보면, 지난 2일 김 위원장은 서울 상도동 숭실대에서 열린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지각을 한 뒤 변명조로 던진 "재벌들 혼내주고 오느라 늦었다"고 농담조로 말하였는데, 이러한 발언들은 지나치게 가벼워 보이고, 이로 인하여 공정위 정책의 신뢰성마저 의심받게 된다는 등의 내용이 있습니다.

기사들은 대체로 김 위원장이 한 조직의 장으로서 좀더 진중하게 발언을 해야한다는 의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일견 타당해 보이는 지적입니다.

한 조직의 장이나 중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은, 본인의 언행이 공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으므로, 표현을 신중하게 해야할 때가 많습니다.

 

2. 그런데 과연 그뿐일까요.

저는 언론의 이러한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언론들은 아직 정치인이나 정무직 공무원 등 사회 고위층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좀 고상해 보여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과거에는 어땠을지 모르나) 이러한 인식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고 있으며, 일부 통용된다고 하더라도 빠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당위적 측면에서 생각해 보더라도, 저는 정치인이나 고위공무원들이 고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공적인 장에서 고상한 표현만 사용하여 이야기한다면, 국민들은 정치나 정책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정책결정의 과정에서 중요한 사안들이 국민들에게 노출되기 어려워지고, 과거처럼 밀실에서 중요한 결정들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정치인이나 고위공무원들이 공적인 자리에서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할 때 국민들은 국가정책과 정치를 더 잘 이해하고 그에 대한 관심도 더 가질 수 있습니다.

나아가 그로써 국가권력에 대한 감시기능도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3. 한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관한 언론의 보도를 본 다른 정치인들과 고위공무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아마 김 위원장이 언론의 뭇매를 맞는 것을 보면서 본인은 좀더 신중하고 진중하게 발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더 몸을 사리고 조심스러워 질 확률이 높아질 것입니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이러한 현상을 '위축효과(Chilling Effect)'라고 합니다.

 

4. 위축효과에 관한 또다른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가. 지난 2007년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정봉주 씨는 BBK 사건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였다가 형사처벌을 받았습니다.

 

BBK 주가 조작 사건1999년에 설립된 투자자문회사 BBK가 옵셔널벤처스사의 주가를 조작한 사건이다. 주가조작 사건 자체보다도, 주가조작 사건에 한나라당 제17대 대선 후보 이명박이 개입되었는지 여부가 더 큰 논란이 되었다. 김경준이명박이 BBK의 실제 소유주이며 자신도 주가조작의 피해자라고 주장했고, 이명박은 자신도 김경준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원을 통한 민간인 불법 사찰을 감행하면서까지 이명박과 그 주변인들에 대한 뒷조사를 하였으나, 이명박과 BBK의 연관성을 찾지 못하였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과 특검 역시 김경준만 기소하고 이명박은 무혐의 처분하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주가조작에 이용된 자금의 실소유주 논란이 계속 제기되었다.

 

2007년 12월, 대통합민주신당 소속의 국회의원 정봉주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검찰이 BBK가 이명박 후보의 것이라는 김씨의 자필 메모를 수사과정에 누락했다. 짜맞추기식 부실 수사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2007년 대선 무렵 `BBK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정봉주를 상대로 2억 8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한편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기소하였다.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1심은 1600만 원을 배상하도록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고, 항소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011년 4월 26일, 항소심 재판부는 "국회의원으로서 검찰 수사 결과를 감시·비판하는 것은 정당한 업무 활동이다. 김씨의 메모 등 어느 정도 근거를 가지고 의문을 제기했던 만큼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공직선거법 위반 및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에 대하여서는 1심 및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되었다. 2011년 12월 22일,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정봉주에게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였으며 이로 인해, 정봉주는 공직선거법 제18조(선거권이 없는자) 및 제19조(피선거권이 없는자)에 의거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출처 : 위키백과]

 

 나. 2008년에는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인터넷상에 우리나라의 경제추이를 예상하는 글을 올려 주목을 받았던 박대성 씨가 체포 및 구속되었다가 무죄로 석방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미네르바 사건은 2008년 하반기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2008년 하반기 리먼 브라더스의 부실과 환율폭등 및 금융위기의 심각성 그리고 당시 대한민국 경제추이를 예견하는 글로 주목을 받던 인터넷 논객 박대성 씨가 허위사실유포혐의로 체포 및 구속되었다가 무죄로 석방된 사건이다. 이후 박대성 씨는 허위사실유포죄에 해당 하는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위헌판결을 받았다.

 

[출처 : 위키백과]

 

 다. 정봉주 씨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정치인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였다가 실제로 형사처벌을 받았고, 박대성 씨는 인터넷을 통해 정부(기획재정부)의 행위에 관한 내용을 게재하였다가 형사적인 불이익을 입었습니다(최종적으로 무죄로 석방되었다고는 하여도, 체포 및 구속을 당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심리적 압박과 고통을 겪었을 것입니다).

 

만일 정봉주 씨가 제기한 의혹이나 미네르바가 인터넷에 게재한 내용이 허위라고 가정할 경우, 그들에 대한 처벌이나 불이익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만일 공개적인 장에서는 정확하게 확인된 사실만 표명할 수 있다고 본다면, 1%라도 의혹이 남은 사건이나 내용은 공개될 수 없습니다.

100% 확인되지 않은 의혹도 때때로 또는 자주 공개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공개되어 공공에게 노출되었을 때 의혹이 밝혀지거나 해명될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지고 국민의 알권리가 향상됩니다.

정부, 정책 또는 권력에 대한 감시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정봉주 씨 사건과 미네르바 사건을 지켜 본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요.

아마 표현을 더 조심히 하고 몸을 사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표현에 있어서 더 '위축'된 것입니다.

 

5. 직장에서 부하직원들에게 지나치게 엄격하고 부하직원이 의견을 제시하면 화부터 내는 부장님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어느 날 그 부장님이 부하직원들에게 말이 너무 없다며 앞으로 편하고 허심탄회하게 업무에 관한 의견을 말하라고 하면 어떨까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입니다.

분위기가 합리적인 소통이 가능하고 편안하게 바뀌면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부하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의견을 내놓게 됩니다.

경직된 분위기에서라면, 부장님이 아무리 부하직원들에게 편하게 말하라고 하여도 부하직원들은 도저히 편하게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위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어떨까요.

위축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나아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아직 우리 언론과 사법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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